우리가 팁(오버피)을 주면 캐디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받을 까요? 손님은 버디 이상의 스코어가 나오거나 저조한 스코어 때문에 팁을 못 준 미안한 마음, 또는 플레이를 잘 봐달라는 등의 의미로 팁을 건네곤 합니다. 하지만 가끔은 팁으로 나가는 돈이 아까울 때도 있고, 굳이 팁을 줘야 할까?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기 마련입니다. 오늘은 전직 캐디로서 팁 받는 캐디의 속마음을 고발(?)해보겠습니다. 개인적인 판단이니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.
- 목차 -
1. 베테랑 캐디와 초보 캐디의 차이
2. 정말 감사하니 열심히 해야겠다!!
3. 팁이 더 나올 것 같은데?
4. 내가 이렇게 고생했는데 팁을 이것밖에 안 줘?
5. 팁 받았으니 저 사람한테만 잘하면 되겠다.
6. 음식 말고 현금이 더 좋아요.
7. 팁 문화의 바람

1. 베테랑 캐디와 초보 캐디의 차이
캐디는 대부분 고수익을 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경력이 낮을수록 팁에 대한 의욕이 강한 편입니다. 강한 의욕으로 손님에게 일부러 커피를 타 주거나 로스트볼에 예쁜 그림을 그려 필요한 손님에게 선물을 하는 경우는 예쁘게 봐줄 수도 있지만 인당 만원의 팁을 뽑아내기 위해 팁을 안 받은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시선이 곱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. 제 경험상 오히려 오래된 베테랑 캐디일수록 팁에 대해서 관대 해지는 것 같습니다.
2. 정말 감사하니 열심히 해야겠다!!
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팁을 받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여 더 열심히 서비스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캐디는 아주 드뭅니다. 이런 캐디는 초보 캐디들 중에 아주 착한 사람들이 이렇다고 볼 수 있으며, 이런 캐디는 팁을 주면 오히려 부담스러워 손사래를 치기도 합니다. 플레이 중에 이런 착한 캐디를 만나면 고생한다고 팁을 좀 더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.
3. 팁이 더 나올 것 같은데?
캐디의 경력이 쌓이면 팁에 대한 감이 생기게 됩니다. 팁이 더 나올 것 같은 느낌으로 본인이 열심히 서비스를 해서 받아낸다면 아주 드라마틱하게 좋은 결과 일 것입니다. 하지만 이런 생각이 손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문제가 됩니다. 예를 들면, 손님들에게 팁을 받기 위해 뛰어다니고 볼이랑 클럽을 열심히 닦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준다면 귀여운 수준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만, 내가 팁은 줬다고 해서 그 뒤로 나에게 팁이 안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플레이어에게만 붙어 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그것은 손님 입장에서는 인상이 찌푸려지는 행동일 것입니다.
4. 내가 이렇게 고생했는데 팁을 이것밖에 안 줘?
주로 게임이 끝나고 나서 캐디들끼리 나오는 말입니다. 캐디들은 게임이 끝나고 나면 삼삼오오 모여 오늘 있었던 일의 험담을 시작합니다. 주로 대화는 누가 더 힘들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. 그중에서 주로 나오는 말이 팁을 적게 받았다는 건데, 본인은 아주 열심히 했는데 팁을 만원 밖에 못 받은 스토리를 장황하게 이야기하곤 합니다. 이런 대화를 하는 걸 손님들은 까마득하게 모르죠.
5. 팁 받았으니 저 사람한테만 잘하면 되겠다.
가끔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캐디에게 팁을 주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. 보통은 우리 팀에 초보가 있으니 잘 봐달라는 이유로 팁을 주는데 이럴 때 캐디는 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. '초보자만 잘 봐주면 내가 욕먹을 일은 없겠구나' 물론 팁을 받았으니 오늘 더 특별하게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캐디도 있긴 합니다만, 굳이 손님이 직접 돈까지 주면서 컴플레인 안 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힘들게 몸을 더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요?
6. 음식 말고 현금이 더 좋아요.
보통 중년 여성 손님들과 함께 라운딩을 나가면 음식물을 많이 가지고 옵니다. 여름철 상하기 쉬운 음식들은 취식 금지라고 안내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. 이런 손님들은 캐디가 팁을 받을 타이밍이나 잘했을 때 돈이 아닌 먹을 것을 주기도 합니다. 거절하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라 다 받아먹지만 캐디는 서비스하랴 먹으랴 정신이 없습니다. 그럴 때는 속으로 음식 말고 현금을 더 바라기도 합니다.

7. 팁 문화의 바람
개인적으로 팁은 당연히 주는 사람 마음이지만, 캐디가 팁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. 캐디는 본인의 스킬을 더 갈고닦아 손님들에게 인정받고 그런 서비스를 받는 손님은 캐디를 존중하고 그 대가로 팁을 내미는 문화가 만들어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. 팁을 주는 사람, 그리고 받는 사람이 즐거운 게임이라면 골프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즐거운 스포츠가 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집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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